7월 2일, 인천 계양구 윤환 구청장이 러브버그(Lovebug) 대량 발생에 대해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참으라’는 말이 공무원의 입에서 나오는가?
지금 계양구 주민들은 ‘익충’이라는 미명 아래 도심을 덮은 벌레떼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창문도 못 열고, 외출도 불쾌하다. 길거리에는 러브버그 사체가 널려 있고, 불쾌지수는 폭염만큼 치솟는다. 이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생활권 침해”다.
그런데도 구청장은 해결 방안은 고사하고, 시민들을 나무란다.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어서 방역할 수 없다”, “생태계에 도움 되는 벌레다”, “참아야 한다”… 도대체 구청장은 누구의 편인가?
시민은 민원이 아니다
윤 구청장은 “러 자만 들어도 스트레스였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구청장이 받아야 할 스트레스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민원을 ‘귀찮은 전화’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시민의 고통은 외면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만 강조하는 태도는 공직자의 자세로서 낙제점이다.
시민들은 단지 불편하다고 짜증을 낸 것이 아니다. 수천 마리의 벌레가 일상 공간을 점령한 것은 명백한 비상 상황이다. 방역이 안 된다면 청소 강화, 진입 통제, 안내문 부착 등 행정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참아라”는 말은 무능의 자기 고백이다
더 황당한 건 그 다음 발언이다.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단지 잘못된 어휘 선택이 아니다. 그 안에는 뿌리 깊은 공무원의 오만함이 배어 있다.
공직자가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대신, 시민을 훈계하는 태도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말 돌리기다.
게다가 "해충이 아니라서 방역이 안 된다"는 말 역시 궁색하다. 러브버그가 도심에 창궐해 시민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면, 단지 생물학적 분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공 안전의 문제"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행정의 역할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윤 구청장의 발언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공무원 조직을 위한 방어적 태도만 취하고 있다. “전멸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해명은 듣기 좋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 애초에 시민은 러브버그를 절멸시키자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생활 불편을 줄여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질문해야 할 때다
우리는 묻고 싶다.
- 계양구청은 러브버그 출몰에 대해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있었는가?
- 이번 사태를 예측하고 주민에게 사전 고지를 했는가?
- 방역 외에도 가능한 대안 조치를 강구했는가?
- 무엇보다, 왜 주민을 가르치려 드는가?
결론
‘참아라’는 말은 시민이 공무원에게 해야 할 말이다.
무능한 행정, 책임 회피, 시민 훈계.
이런 태도야말로 진짜 참기 어렵다.
공직자는 시민의 불편 앞에서 먼저 불편해야 한다.
시민이 짜증 나기 전에, 공무원이 먼저 불편을 느끼고 뛰어야 한다.
그게 진짜 행정이고, 세금의 이유다.